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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성 라퓨타 (걸리버 여행기, 대지철학, 해석)

by 롤리로그 2026. 1. 30.

천공의 성 라퓨타 리뷰 포스터

2026년 1월 21일, 스튜디오 지브리 설립 40주년을 기념하여 <천공의 성 라퓨타>가 국내 극장에 재개봉했습니다. 1986년 제작된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스튜디오 지브리 명의로 만든 첫 번째 영화로, 40년이 지난 지금도 OTT 영화 카테고리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뛰어난 작화와 영상미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80년대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완성도는 시대를 초월한 예술성을 입증합니다.

걸리버 여행기를 재해석한 사회비판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는 조너선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를 창조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걸리버 여행기>를 소인국 릴리풋 이야기만으로 기억하지만, 실제로는 영국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정치적 풍자 소설입니다. 특히 3번째 이야기인 라퓨타 편은 과학만능주의와 제국주의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핵심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원작에서 라퓨타는 과학이 고도로 발전하여 하늘을 비행하는 국가이지만, 정작 민중의 삶에 도움이 되는 기술은 없습니다. 다른 나라 위로 비행해 돌을 떨어트리며 조공을 받아내는 모습은 당시 전 세계를 떠돌며 아편을 강매하던 영국 제국주의를 상징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러한 주제의식을 영화 속에 창조적으로 계승했습니다.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라퓨타는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는 병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사용할 사람들은 모두 떠나버린 상태입니다. 각종 금은보화는 쌓여있기만 할 뿐 의미를 잃었습니다. 이는 세력 과시나 권력을 위한 과학기술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원작의 4번째 이야기인 마인국에서 휴이넘이라는 말들이 만든 이상사회처럼, 영화 속 라퓨타도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700년 동안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병기 로봇은 녹슬었지만 정원을 가꾸는 로봇은 계속 살아 움직이며 동식물과 공존합니다. 2004년 국내 개봉 당시 이 영화를 접했다면 더 큰 꿈과 희망을 가졌을 것이라는 관객의 말처럼, 이 작품은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대지철학으로 읽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관

미야자키 하야오는 유명한 생태주의자이자 반문명주의자로, 그의 대지철학은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여과 없이 드러납니다. 영화에서는 끊임없이 대지와 하늘이 대조되어 나타나는데, 첫 장면부터 여주인공 시타가 하늘에서 대지로 떨어져 남주인공 파즈에게 안기는 장면은 여러 작품에서 패러디될 만큼 상징적입니다. 하늘은 헛됨, 문명, 군국주의, 제국주의, 파멸을 상징하는 반면, 대지는 우리가 근본적으로 돌아가야 할 곳으로 제시됩니다.
가스통 바슐라르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대지는 어머니이자 모든 생명의 근원으로 인식되었습니다. 반면 하늘은 영원과 초월의 대상으로, 이카로스가 태양에 가까이 갔다가 추락한 이야기나 바벨탑의 일화는 인간의 헛된 욕망을 경고합니다. 그러나 미야자키 하야오의 동양적 대지철학은 서양 철학과 차이를 보입니다.
서구의 마르틴 하이데거에게 자연은 인식 대상에 불과하며, 인간이 중심이 되는 근대주체 철학을 따릅니다. 반면 동양의 대지철학은 자연과 인간을 상호교류하는 동등한 존재로 바라봅니다. 일본 신도에서 자연은 신(神, 카미)이며, 연기설에 따라 모든 것이 서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철학은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서 그곳에 돌아가야 함을 말합니다.
영화 속 라퓨타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지 700년이 되어 자연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나무가 성 곳곳에 뿌리를 내리며 생명에게 거처를 제공하고, 주인공이 성을 파괴하는 주문을 외친 후에도 나무 뿌리가 성을 지탱해 완전히 파괴되지 않습니다. 하늘로 올라간 성이 시간이 흘러 다시 대지의 품으로 돌아오는 모습은 인간 사회에 대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유입니다. 리마스터링되어 재개봉한 지금, 연인이나 가족, 친구와 함께 영화관을 찾아 이 메시지를 다시 음미해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스팀펑크의 시초이자 마르크스주의적 해석

<천공의 성 라퓨타>는 "스팀펑크" 장르의 시초로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스팀펑크는 산업시대적 분위기를 다루며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는 장르로, 사이버펑크의 고전이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라면 스팀펑크의 고전은 이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중 배경인 탄광촌과 산업혁명 시대의 엔진을 사용하는 비행선, 독일제국 식 복장의 병사들은 전형적인 스팀펑크 요소입니다.
그러나 미야자키 하야오는 단순한 향수를 넘어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탄광촌 근처에 버려진 수많은 탄광과 마을은 석탄을 무한정 사용하는 산업구조가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 질문을 던집니다. 지속 불가능한 산업혁명 위에 쌓아 올린 우리 문명이 또 다른 라퓨타가 될 수 있다는 명징한 경고입니다.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이 영화를 해석하면 더욱 흥미롭습니다. 악역 무스카와 군인들은 국가독점자본주의를 구성하는 지배계급을 상징합니다. 무스카는 부르주아 계급으로, 가차 없이 이익을 위해 타인을 도구화하며, 군인들은 부르주아의 이익에 복무하는 국가 관료들입니다. 무스카의 목표는 라퓨타로 세계를 지배하는 것인데, 이는 히틀러, 무솔리니, 일본제국이 추구했던 제국주의와 다르지 않습니다.
주목할 점은 자의식 없이 조종당하는 라퓨타의 로봇 병사들입니다. 이들은 병영 국가에서 지배계급에 통솔되는 노동자 계급을 상징하며, 무한한 힘을 가졌지만 매일의 노동에만 집중합니다. 그러나 정원을 가꾸는 로봇의 존재는 노동자 계급이 살인 명령을 거부하고 이상 사회를 여는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여주인공 시타가 정복자가 되자는 무스카의 제안을 거부하고 라퓨타를 파괴하는 장면은 생태-페미니즘의 메시지를 담지합니다. 남근 권력에 의해 우상화된 정복자 신화를 깨고 어머니 대지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남주인공 파즈가 함께 라퓨타를 파괴함으로써 가부장제에 맞서는 데 남녀가 따로 없음도 보여줍니다.
40년이 지난 지금, 리마스터링된 <천공의 성 라퓨타>를 영화관에서 감상한다는 것은 단순한 추억 소환이 아닙니다. 나이가 든 후 관람하는 색다른 기분과 함께, 여전히 유효한 생태주의와 반제국주의 메시지를 재발견하는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스튜디오 지브리 40주년을 기념하며 이 불멸의 고전을 다시 만나볼 기회를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nextplay.kr/news/articleView.html?idxno=8083